말씀

내 마음과 태도에 예수님의 자리

 

   지하철을 탈 때 가끔 목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차례로 줄에 서 있다가 지하철의 문이 열리면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뒷사람들이 앞사람들을 밀치고 들어옵니다. 또 건널목에서 파란 불을 기다리다보면 건널목 바로 옆 횡단보도에서 판을 벌여 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끼리 자리 때문에 다투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모두 좋은 자리,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아우성인가 봅니다.

   자리는 그 사람의 체면과 역할을, 사회적 지위와 능력을 그리고 때로는 이해관계를 나타내고 드러내는가 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세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갈등을 일으키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루카 복음(14,1.7-14)에서 자리에 관한 진리의 말씀을 들려 주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 자리를 내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말씀하십니다(루카 14,8-10).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자리를 청하는 장면이 마르코 복음 10장 37절에 나옵니다. 두 제자는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자신들을 위하여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이에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사람을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자리 때문에 다툼을 벌인 것입니다.

   꼭대기는 단 한 사람만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는 외롭고 고독한 자리입니다. 또한 무게중심이 불안정하기에 쓰러질 위험성도 큽니다. 그 높은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서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합니다. 정상의 자리는 완성이 아니라 전환점, 반을 왔다는 표지라고 합니다. 내려올 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끝자리, 낮은 자리는 많은 사람이 왕래하고 붐벼서 함께 어울리기에 인간다움이 배어 나옵니다.

   예수님의 식탁 자리에 관한 가르침은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진리를 드러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낮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를 낮춤은 하느님 나라에 받아들여지는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라는 삶의 터에서 내 마음과 태도에 예수님을 진정으로 모실 자리가 있다면 어떤 자리에도 미련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평화가 있을 것이고, 그 자리가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는 자리이며 완성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정원순 토마스 데 아퀴노 수사 신부·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지난 7~8월 말씀란을 집필하신 김영국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9월부터는 정원순 신부님의 글을 싣습니다.